교통사고유자녀지원/수기모음

이 글은 교내 봉사활등 프로그램으로 녹색교통 유자녀 활동에 참여한 한 학생의 소감문입니다.

도울 의무, 도움 받을 권리
-녹색교통 교통사고 유자녀 지원 행정업무 봉사활동 소감



이화여자대학교 0000학과 15 이00


이번 가을학기에 녹색교통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학교 사회봉사 과목을 신청하고 내 시간에 적절한 봉사가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녹색교통 봉사 활동이 내 시간에 맞기도 했고, 내용에 관심이 갔다. 애초에 사회봉사 과목을 수강하고 싶을 때부터 어떤 기관에서 봉사하리라는 생각도 없어서 아무데나 상관없다는 게 나의 마음이었다.

‘녹색교통’ 건물은 여성민우회 등의 다른 시민 단체와 함께 성산동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담당 선생님께서 첫날 주신 업무는 교통사고 유자녀들의 정보를 입력하는 거였다. 내가 맡은 일은 행정 업무였지만 입력하고 있는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작성하면서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교통사고의 간접적 피해자라는 사실에 놀랐다. 아주 어렸을 때 교통사고 피해로 부모를 잃은 학생들도 있었다. 한순간에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건 얼마나 허망하고 슬픈 일인가? 게다가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었지만 교통사고 발생 이전에도 사고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원래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가정이 더 어려워지는 게 참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활동 첫날, 괜스레 더욱더 가난에 노출되기 쉬운 이 사회를 떠올리며 봉사활동을 마쳤다.

첫날 이후 녹색교통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돕는 나의 태도가 교만하고, 부주의했음을 깨달았다. 유자녀 학생들과 가정에게 시혜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물론 나는 여기 자원봉사자일 뿐이지만 그들은 도움을 ‘받는’ 존재고,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단체는 도움을 ‘주는’ 단체라는 생각 때문에 학생들과 이 녹색교통의 관계를 상하관계라고 단정 지었던 것 같다.
서울역에서 내 또래인 대학생 친구들의 발표를 보면서 이를 확연하게 느꼈다. 서울역에서 장학금을 받는 대학생들의 발표를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대학생이라면 당연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고민을 하고 있는지 보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교통사고로 가족 중 한 분이 계시지 않거나, 몸이 좋지 않은 분의 자녀라면 나와 다른 고민을 하고, 다른 것이 꿈일 거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 대학생들은 대학생인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봤던 녹색교통에 계신 활동가 분들은 그들을 향해서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나처럼 사고로 인해 부모가 한 명 계시지 않거나, 집안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그 학생들이 또래 학생과 다를 것이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보다 낮다는 시선으로 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녹색교통이 하는 일은 그저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두번째로 내가 전화로 ‘물품 사업’에 대해 안내하고 해당 가정 하나하나에게 전화하면서 이런 사업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물품이 정말 필요한지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를 통해 내가 느꼈던 것은 정말 ‘필요한’ 것으로 유가족을 돕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에 의해 가정의 부모 중 한 명이 계시지 않거나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그 가정의 경제 사정은 안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도움의 손길이라면 아무거나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을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어려우니까 아무거나 줘도 되겠지 이런 생각은 정말 너무나 안일하고 잘못된 태도다. 오히려 그런 오만한 태도는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녹색교통이 하는 일은 그저 교통사고를 당한 유자녀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다. 그들에게 생색을 낼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도움을 주는 역할이 자랑이 될 수 없듯,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부끄러움이 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녹색교통을 통해서 나의 선입견과 교만함을 참 많이 대면했다. 직접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에게 당연하지 않다. 사람 한 명 한 명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조건에서 시작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그런 불균형을 인지하고, 돕는 것이 녹색교통에서 하는 일이었다. 이런 당연한 것을 깨닫지 못했던 녹색교통에 참 감사하고, 너무나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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