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21세기 보행권운동의 과제와 방향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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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보행권운동의 과제와 방향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



 20세기 자동차 교통의 유산

 

20세기에 일어난 다양하고 큰 변화들 중에서도 이동수단의 변화발전은 가장 비약적인 것이었다. 산업혁명을 결정적으로 증폭하고, 대량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고도의 이동성을 전제로 하는 현재의 도시와 사회문화가 형성된 것도 교통수단의 혁명적인 변화 발전이 전제가 되었다. 하지만 20세기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현재, 교통은 항상 교통문제로 말해지고 있다. 천리준마보다도 빠르고 안락하며 하늘을 날고 바다도 장애가 되지 않는 인류사에 전무했던 교통을 실현시키고 있는 현재의 교통이 왜 문제가 되었는가를 되짚어보는 것은 20세기를 보내는 시점의 한가지 숙제다.

일본제국주의가 식민지 물자수탈과 대륙공략을 위해 건설한 우리나라의 철도는 해방후 전혀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에 60년대부터의 고도 경제성장 드라이브를 감당할 수 없었다. 빠른 경제성장과 도시화 속에 이동 및 물류 수요가 커져 교통 관련 SOC투자도 증가했지만, 기반시설 구축에 많은 시간과 자본을 필요로 하는 철도는 우선적인 투자대상으로 선택되지 못했다. 궤도와 역사 같은 기반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하는 자동차가 급증하는 수요에 대처하는 보다 손쉬운 방편이 되었다. 급기야 자동차산업이 등장하면서 자동차는 지배적인 교통수단이 되었고, 성장가도의 한국 자본주의는 고도의 이동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당연히 더 많은 도로가 만들어지고 또 확장됐다. 도로건설은 자동차산업의 시장개척 활동이 되기도 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세금으로 도로를 넓히면 자동차 이용자의 편의는 증진되고 자동차는 더 잘 팔리게 된다. 사적으로 소유하고 이용되는 자동차와 자동차산업을 위한 도로가 그 배타적 소유자나 이용자가 아닌 국가에 의해 건설 공급되는 것은 하나의 모순구조라고 할 수도 있다.

1980년대 중반이래 자가용 승용차가 대량 보급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도시구조나 환경 등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급속한 경제성장, 인구의 증가와 도시 집중 속에 도시가 무분별하게 확장되고 승용차를 이용한 교통이 일반화됨에 따라 직장과 주거지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길어지고 교통량은 비약적으로 증대됐다. 교통체계가 자동차 중심으로 형성됨에 따라 정부의 교통투자가 도로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한 버스의 이용 불편이 가중되었다. 가계의 무리를 감수하고 승용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한편으론, 교통빈곤계층이 양산됐다. 승객을 뺏긴 버스업계는 심화되는 경영난을 겪고 서비스 수준은 하락하여 이용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어 저소득층일수록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자가용 승용차의 급증-도로용량의 한계-교통체증 심화-대중교통 서비스 저하 등 선후를 가리기 어려운 '악순환 구조'가 정립되고, 자동차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병리현상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반복되었다.

이제 우리나라 교통체계의 명실상부한 중심이 된 자동차는 가구 당 1대에 육박하여 개발시대를 살아 온 우리 국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마이카 시대’를 개막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로 인한 헤아릴 수 없는 폐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는 대도시의 하늘을 덮고 있고, 교통사고로 해마다 1만명 이상이 희생되고 있다. 도시와 거리의 주인이어야 할 사람은 자동차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고, 노약자나 보행자들은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헌법적 기본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다. 시간을 맞출 수 없는 대중교통 이용자는 사회적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고, 쾌적하며 친절한 대중교통을 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위반을 능사로 삼아 예의와 준법을 도외시하고,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약육강식의 병든 교통문화는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20세기 자동차 교통의 문제로는 혼잡과 주차, 교통사고와 환경파괴가 거론된다. 한국의 급격한 자동차화 과정에서 나타난 첫번째 문제는 바로 자동차의 과다 자체에서 기인한 도로교통의 정체와 혼잡문제였지만, 자동차의 편익이 줄어드는 문제보다 심각한 것은 폐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도로교통의 최대 폐해는 교통사고다. 1990년부터 1998년까지 9년 동안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130,040명, 부상자는 300만명이 넘는다. 인구대비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스웨덴 등에 비해서는 12배 이상이고, 일본과 비교해서도 4배 이상 높다.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웬만한 전쟁기간 보다도 많다. 다른 측면으로는 어린이를 포함한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사람이 전쟁때 만큼이나 많다는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한다.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웃과 우리 자신이 레저나 쇼핑, 통근 등과 같은 단순하고 일상적 목적의 통행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뺑소니사고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동안 뺑소니에 의한 희생된 사망자는 6,479명에 달하고, 검거되지 않은 뺑소니사고 건수만 해도 48,591건이다. 10년 동안에만 거의 5만명에 육박하는 생명파괴 범죄자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채 무심한 얼굴로 여전히 범행도구를 사용하여 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포함한 대다수 시민이 바로 옆 차의 선량해 보이는 아저씨가 그 중의 한 명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정한 교통문화의 한 모습일 뿐 아니라, 자동차가 인간성 훼손과 서로를 믿지 않고 인명을 경시하는 풍조에 미친 역할을 짐작케 한다.

자동차 위주의 교통운영과 운전자를 과보호하고 보행자를 구박하는 거꾸로 선 관행이 만연된 문제도 있다. 도로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배분되고, 보도는 늘어난 차량의 소통을 위해 축소되기를 거듭하다가 연결마저 끊어지곤 한다. 횡단보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도 횡단 보행자를 죄인시하거나 횡단보도를 지하도나 육교로 대체시키는 본말이 전도된 일이 계속되고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종합보험 가입자에게는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등의 10대 중과실 사안이 아니면 검찰 공소권마저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상호 작용하여 우리의 도시와 사회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도시와 가로는 경관과 여유를 잃었고 환경과 문화를 죽였으며, 보다 기본적인 안전과 형평성 마저 무너져 가고 있다. 교통문화는 몰염치하고 이기적인 위반의 문화로 물들어, 점잖은 사람이라 해도 운전대를 잡으면 욕을 하는 병든 문화상을 보이고 있다. 교통생활의 비중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교통문화의 황폐화는 전체 사회문화와 인간성의 피폐로까지 이어진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시설과 제도, 경제적 효율성과 성장 제일주의가 생명의 가치와 문화 그리고 국토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였다.

국민 모두가 염출한 세금을 투입하여 도로를 넓힌 혜택은 자가용이 차지하였고, 대중교통은 늘어난 차량으로 인한 혼잡과 지체만을 강요받았다. 철도와 시내버스에 대한 투자와 공공적 보조는 갈수록 줄어들어 공공교통의 몰락과 서비스 수준의 저하를 초래하였고, 신체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약자인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및 평등한 교통권을 침해하였다.

교통부문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서울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자동차의 몫은 1990년 53%였던 것이 1997년에는 85%로까지 늘어났다. 배기가스와 교통사고 위험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사회경제적 약자와 보행자 그리고 어린이와 노인들이다. 국지적인 오염 외에도 산성비나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지구 차원의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는 자동차는 그러나 이에 대한 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

무임승차는 광범위한 무상주차에서도 나타난다. 도시 가로의 놀이공간과 사색,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상실과 Amenity의 훼손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은 자동차화의 피해를 사회에 전가시키는 불공정한 것이다.

 

 

정부 정책과 사회적 인식의 문제점

 

교통부문의 투자정책은 우리나라의 기존 교통정책의 핵심적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1999년 이미 10조7천억원 규모에 달한 교통시설특별회계는 우리나라 교통투자 재원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를 운용하는 근거인 「교통시설특별회계법」제3조는 이를 ‘도로계정․철도계정․공항계정․광역교통시설계정 및 항만계정으로 구분’하고 있고, 시행규칙 제2조는 교통세는 도로계정에 67.5%, 철도계정에 18.2%, 공항계정에 4.3%, 나머지 10%는 유보계정에 배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자배분이 도로건설 중심이고, 교통안전이나 대중교통 개선 등에 관한 것은 계정조차 없다. 이러한 규정들에 의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국가의 재정투자가 도로에 집중되면서, 대도시 교통난을 푸는 요체인 도시철도의 건설 운영과 시내버스에 대한 투자는 빈약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지하철은 부채 덩어리가 되었고, 철도 역시 만성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민 요금에만 의존하는 완전한 민영체제의 시내버스는 경영악화와 서비스 저하로 몰락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지방도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교통계획 및 정책은 ‘과대 수요예측 추종형'으로 대규모 교통시설 확충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장기종합교통계획의 부재로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통정책 및 계획이 수립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본 자체가 한정된 것임을 전제로 할 때 도로부문에의 과잉투자는 필연 다른 부문의 투자빈곤으로 귀결된다. 배분비율 결정의 비민주성, 불투명성도 지적할 수 있다. 투자가 행정-전문가-시민사회 등 여러 사회세력의 파트너십에 의해 결정되어야 함에도 현실은 중요결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도로, 철도 등 서로 다른 교통시설의 타당성 평가시 통일된 평가방법과 기준이 미비하여 투자사업들 간에 객관적인 비교평가와 투자 우선순위 결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녹색교통운동이 1998년 초에 실시한 교통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교통시설특별회계의 기존 투자계정 외에 ‘기존 교통시설의 운영/유지/관리 계정', ‘시내버스 계정', ‘도시철도 계정', ‘교통안전 계정', ‘연구개발 계정'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응답자의 70% 이상이 도로투자를 줄여야한다고 응답했다.

도로․공항․항만․공업용지 등의 교통사회자본은 공공사업으로서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더욱 필요한 부문인 철도나 지하철, 지방공영교통사업은 독립채산제로 그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은 교통문제가 가진 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시급히 시정돼야 할 문제다. 최근 유럽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철도의 재평가와 복권 및 환경중시의 흐름과 노동력 부족과 도로 혼잡으로 트럭의 운송력 저하가 나타난 일본에서 철도로 화물운송이 전이되고 있는 점 등은 시사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도로교통의 애로가 날로 늘어나고 있고, 2020년대에는 자동차가 2천만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도로건설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패턴에 대한 시민의 선호와 욕구의 일부는 자동차산업자본의 의도와 유도에 따라 형성되기도 하며, 국가가 공공자본을 투입해 자동차가 달릴 도로를 건설함으로써 확대․심화되기도 한다. 결국 지금 우리가 어떠한 정책과 투자로 어떠한 교통체계를 구축하는가, 국민대중의 생활교통을 어떻게 유도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교통량과 교통패턴은 변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 자동차가 2천20백대가 되고 2050년에는 5천만대가 되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추종하는 교통정책은 추구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현재 집행되고 있는 적극적인 도로투자에는 또 다른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우선 도로건설 사업의 계획 및 추진체계가 다기화 됨에 따른 중복투자가 초래되고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투자시 도로별로 계획 및 투자주체가 건교부, 지방자치체, 지방국토관리청 등으로 상이함에 따라 인접 구간에서 도로사업이 중복 병행 실시되는 낭비와 환경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로공사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지적되고 있다. 공사를 여러 개로 나누어 규모를 줄이거나 사실상 신설공사임에도 확장공사의 형식을 취해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문제다. 도로의 확장공사를 하는 경우에도 기존의 도로를 활용하지 않고 새 노선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이중의 환경파괴와 경제적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산지도로를 많이 건설하면서 과도한 절․성토로 인한 산림과 생태계 파괴 및 경관훼손이 심하다. 도로설계시 필요 이상으로 입체교차로와 고속화도로 설계기준을 적용하여 환경파괴와 토지수용 규모가 커지고 경제적 낭비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에 더불어 복잡다기한 교통문제에 대처하는 각종 교통정책을 운용 집행하는 교통행정에는 또다른 문제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반 행정공무원의 순환보직에 의존해 온 우리나라의 교통행정은 전문성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는 상태다. 최근들어 지방자치단체 등에 교통을 전공한 소수의 젊은이들이 계약에 의해 전문직으로 임용되고는 있으나, 그 지위가 낮고 정식 공무원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소외되고 있어 행정체계의 전문성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관행과 한계 속에 지속불가능한 공급 위주의 국토, 도시, 교통계획이 계속돼 왔으며, 자동차로 인한 환경파괴와 사고위험 그리고 확대일로에 있는 사회적 비용의 내부화를 위한 원인자 및 수익자부담의 원칙은 아직도 구호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행정에서는 지방자치제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중앙집중형․수직통제형 행정관행이 여전히 존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교통투자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의 중앙통치가 지속되고 있다. 교통 관련 전문성의 부족문제는 지방에서 더욱 난감한 문제로 나타나는데, 일부 지방에서는 민간 전문가도 찾기 어려워 도움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교통문제가 시민생활과 밀접히 결합된 문제라는 점에서 보면, 전문성과 함께 시민의 참여를 도출하는 것도 교통행정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지만 한국의 교통정책 결정과 집행에 대한 시민참여는 아직도 제한적 범위에 한정돼 있는 형편이다.

시민생활의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차고지 확보의무가 미루어지면서 도시의 골목길은 주차장화되고 있으며, 생활공간에서의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이웃 간 유대와 공동체의식이 파괴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법규위반과 불친절이 일상화되고,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병든 교통문화가 지속되면서, 미풍양속과 사회 공동체의 신뢰와 연대감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시민들은 교통문제를 도시생활의 가장 큰 고통거리의 하나로 들면서도, 교통문제에 대한 시민의식 수준은 여전히 혼잡과 정체로 인한 짜증과 스트레스라는 측면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결국 소통증진을 위한 도로공급 확대 논리로 귀결되어 교통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자동차 위주의 행정과 도로중심의 투자 같은 정책기조가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시민들이 차량의 소통문제 외에도 교통사고와 환경파괴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하고 주차문제와 대중교통 개선에 대한 요구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는 교통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의식공감대의 형성과 시민참여에 의한 균형감 있는 정책의 구현이 가능해 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21세기 녹색교통의 실현을 위한 시민 교통권의 확립방향


사람들의 안전한 이동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교통약자의 이동의 자유가 현저하게 제약되고 있다는 것은 20세기의 교통문제를 시민교통권의 침해로 설명할 수 있게 한다. 공공교통의 몰락과 그로 인한 생활교통의 위기라는 문제 역시 시민교통권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20세기의 교통이 시민의 교통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은 21세기 교통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근대국가의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및 행복추구권, 거주․이전 및 직업 선택의 자유 등 인류사회가 도달한 보편적인 인권과 의식주를 포함한 생존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및 미래사회에서의 인간 생활은 의식주만으로는 부족하고, 교육, 의료, 교통, 등도 꼭 필요한 조건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 있어서 교통권은 헌법에 근거를 둔 새로운 인권의 하나로 인식되어야 한다.

누구나 평등하게 이동하는 것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려면 교통이 안전, 쾌적, 편리, 저렴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해야 한다. 눈앞의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도 노인, 어린이, 임산부, 신체장애인 등의 교통약자가 고르게 교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교통안전의 확보가 전제다. 그렇다면 향후 21세기 시민 교통권의 확립은 안전하고 편리하며 환경 부하가 적고 형평성을 견지하는 공공교통(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시스템이 방향이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동차 교통으로 인한 문제를 먼저 경험했던 선진외국에서도 이미 구체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유럽제국들에서는 일찍이 자동차교통의 폐해를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자동차 길들이기와 공공교통 발전을 위한 정책을 구사해 왔다. 신보수주의의 물결이 강했던 영국에서도 1998년 21세기 교통의 정책을 담은 'New Deal for Transport'를 발표하여 그 동안의 수요를 추종하는 교통계획을 포기하고 수요관리와 사회적 형평성을 위한 공공교통 개선 등 정부의 필요한 개입을 천명하였다. 싱가폴에서도 도시계획 및 교통관리에 있어서의 구역화에(Zoning) 따른 자가용 자동차의 수익자 혹은 원인자 부담의 강화를 통해 공공교통 개선 투자와 대중교통수단의 통합 운영관리를 제도화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DOT)도 1999년 발표한 ‘Transportation Equity Act 21’에서 교통정책의 핵심 가치를 효율성(efficiency)에서 형평성(equity)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동차 교통의 효율성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컸던 미국 교통정책의 변화는 21세기를 맡고 있는 지금 교통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미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 교통권을 확립하여 안전하고 편리하며 환경적 부하가 적은 공공교통 중심의 교통시스템을 21세기 교통의 방향으로 삼는다면 다음과 같은 정책적 과제의 달성이 필요하다.

먼저 교통투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도로 건설과 대규모 프로젝트에 편중되어 있는 교통투자의 중점을 생활교통을 위한 투자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도로투자라 하더라도 간선도로가 아닌, 보도나 자전거도로, 생활도로의 정비 등으로 중점을 전환해야 한다.

둘째는 지방분권화의 추진이다. 교통문제는 지역에 따라 나타나는 양태가 다르므로 중앙 정부가 획일적인 교통정책을 전개하는 것보다는 지방정부에 재원과 권한을 이양하고 그 지역의 교통체계 형성에 책임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교통안전의 확보와 공공교통의 편리성을 향상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공공투자를 확충하고, 수익을 내기 힘든 노선에 대한 공적 보조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교통 이용의 장벽을 제거(barrier free)하여 신체적․사회경제적 교통약자들도 자유롭게 교통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체계와 시설을 구축하여야 한다.

넷째는 녹색교통의 실현이다. 자동차가 환경파괴의 주요 요소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유럽 등지의 녹색교통체계를 도입하고, 원인자 및 수익자부담의 강화로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내부화시키면서 도시 내의 자동차 총량규제강화를 할 필요가 있다.

이동성의 증진에만 몰두하여 접근성을 포기하는 정책은 교통체계의 왜곡을 가져왔다. 과도한 도로중심투자는 사실상 자가용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로 귀결되어 교통혼잡에도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었다.

교통부문의 에너지 소비와 자동차 공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동차 이용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 교통량 줄이기는 몇 가지 수요관리기법들을 분산적으로 시행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자가용 승용차 교통량 감축에 대한 전략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이미 세계의 모든 도시에서는 정부의 조치들에 의해 교통량이 제한되고 있다. 이들 조치가 느슨해지면 교통량이 늘어나고, 강화되면 교통량은 줄어든다. 도시의 교통량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어야 하는 비(降雨)와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합리적인 정책 방향을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녹색교통의 실현을 위한 정책방향으로는 ‘보다 나은 대중교통시스템', ’교통진정', ‘교통 이용의 장벽 제거(Barrier Free Design의 확대)', '도시 내의 마을 만들기(urban village)' ’연계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을 제시할 수 있다. 대중교통과 녹색교통수단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어, 녹색교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경제성, 생태성, 도시계획 등의 평가기준을 똑같이 적용해야 하고, 교통투자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통해 합리적인 교통투자 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투자와 정책의 결정과정에 행정가와 연구기관만이 아니라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면적인 시민 생활은 다양한 교통시설과 수단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이 도시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코 많은 도로와 교통시설 자체가 아니라, 교통생활에 있어서의 형평성 있는 시민 안전과 편익이며 살고 싶은 도시공간이기 위한 환경의 보전과 문화의 창달이다.

 

 

21세기 보행권 회복운동의 방향

 

1. 자동차 도로와 사람의 길

지금은 서울시 공무원이 된 한 도시학자는 1981년 발표한 글에서 ‘길은 도로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길은 소통을 위해 구획된 공간으로서의 도로가 아니라 시민의 삶과 역사가 담기는 공간이어야 하고, 관광객을 위한 아름다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시 공동체와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길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가로환경 정비와 보행전용공간 확대에 30년 이상을 투자해 온 유럽의 도시들에서 보행자 전용공간이 초기에는 산책이나 쇼핑 등에 이용되다가 나중에는 거리연극, 정치연설, 거리음악, 발레, 미술품 전시 등 자발적이고 대중적인 문화활동의 장으로 이용된 것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길은 환경과 어메니티의 측면이 고려돼야 하고, 예컨데 인간화, 민주화를 통한 도시인들의 공동체와 문화 형성이 표현되는 과정으로서 만들어질 수 있다. 어메니티의 조성은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을 바꾸고 사람은 다시 그 도시의 모습과 역사를 바꾸어 간다. 도시 어메니티 조성과 길 가꾸기에 무엇보다도 시민의 참여가 중요한 것은 바로 도시와 시민들은 함께 변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거리는 소통기능만을 중시하여 도로용량 확대에 치중하여 전반적으로 쾌적성이 훼손돼 있다. 개방공간이 부족하고 열악하다. 푸르름이 빈약하고 물과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되는 자연공간이 소멸되고 있다. 일조, 통풍, 자연광이 부족하고 조망이 저해받는다. 소음, 진동, 대기오염, 불법주차, 체증이 심하고 온갖 적치물과 광고물이 무분별하게 설치되어 있다.

자동차 교통 위주의 도로는 어메니티의 문제만이 아니라, 안전하지도 편하지도 않고 평등하지도 않다. 길이 모두의 것이라면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할 사람들만이 아니라 걷고 머무르는 사람의 안전과 쾌적함도 충족돼야 한다. 정책결정자나 공무원, 건축가나 도시계획가, 교통이나 환경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책임만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다. 모두의 것인 길은 역으로 아무의 것도 아니니 내 집 앞 골목길은 내 주차장이나 한가지고, 내 가게 앞에 광고판과 상품을 진열하는 것쯤이 문제될 것은 없다는 식의 생각이 반영되어 생기는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길을 살풍경한 현재의 도로로 변하게 한 것이 자동차교통이었다면 이에 대한 통제없이 도로에서 다시 길로 회복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자동차 제어가 첫 번째다. 보행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 길의 공간을 재분배해야 한다. 자동차를 위한 차도를 만들고 남는 부분이 보도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행 중심의 길을 설계하고 나서 차도를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통의 공개념과 가로 민주주의의 확립이다. 도로공간의 재분배와 자동차교통의 축소는 사적교통이 공공교통으로 전환되고 통과교통이 축소돼야 가능하다. 차도를 축소하되 지하철 외에도 시내버스 혹은 노면전차 등의 공공교통 서비스를 확실하게 보장하고, 보도와 녹지를 확대해야 한다. 교통용량이 아니라 가로의 환경용량을 설정하고 자동차 통행은 환경적으로 지탱가능한 만큼으로만 허용돼야 한다. 주거지역에서는 적극적인 교통진정조치가 선행돼야 안심하고 걸을 만한 길을 가질 수 있다. 가로수나 녹지공간의 부족을 생각한다면 일본에서와 같이 도로 건설시 녹지를 도로부속시설물의 범주에 포함시켜 보도와 차도 사이에 가로수의 점적 식재가 아니라 환경시설대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주인은 인간이어야 하고,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은 도시계획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아니고 주민이어야 한다. 서울시의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사업이 가장 취약한 측면도 시민참여에 입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의 살기 좋은 동네 가꾸기 (혹은 마을만들기)의 발상에서 주민참여의 적극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건축선 후퇴부를 사람에게 되돌리는 운동, 시민들이 시로부터 일정 면적을 임대 받아 취미에 따라 꽃이나 나무를 가꾸는 지역 가로공원 만들기 같은 운동은 주민의 참여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2. 보행권 운동의 성립과 중심 이슈

 

지난 1993년 6월 녹색교통운동이 개최한 ‘보행권 신장을 위한 시민 걷기대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걷는 데도 권리가 있었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시민대중이 최초로 보행권을 자각하는 소리였다.

자동차가 교통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교통 행위는 보행이다. 걷는 데는 에너지가 조금밖에 들지 않으며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오염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짧은 거리라면 걷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교통방법일 뿐만 아니라 즐겁고 유익한 방식이기도 하다.

서양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항이나 장애 없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에서는 사람의 걷는 거리가 30% 정도 길어지며, 보도 폭이 넓어지고 쾌적한 보행환경이 조성되면 걷는 거리를 50%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걷는 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자가용 이용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거리를 걷는다. 그래서 쾌적한 보행환경을 만드는 것은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쾌적한 보행환경이 마련되면 보행자나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자전거 이용자, 유모차 등 모든 교통약자들이 편해진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자가용 이용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거리를 걷는다. 그래서 쾌적한 보행환경을 만드는 것은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쾌적한 보행환경이 마련되면 보행자나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자전거 이용자, 유모차 등 모든 교통약자들이 편해진다.

좋은 가로는 민주적인 가로이다. 민주적인 가로는 가로의 공공적인 이용(public use) 개념에 근거하여 도로공간을 보행자와 자전거, 대중교통, 개인교통수단에 배분하는 데에서 가장 현저하게 드러난다. 민주적인 가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고, 모두에게 오도록 초대하며, 이용과 참여를 북돋고, 그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잘 보살핌을 받는 길을 말한다. 보행자에게 우호적이고 주민들이 살만한 민주적인 가로는 도시의 사회적 정의와 경제적 건강성, 생태학적 지속성을 반영한다. 민주적인 가로는 자동차를 배제하진 않지만,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와 같은 다른 도로 이용자들에게도 형평성과 균형감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생활도로에서 보행자와 주민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가로의 민주화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된다. 역사적 의미가 담긴 곳, 문화의 거리, 인파가 몰리는 쇼핑공간 등에 보행자 전용도로 구역을 조성하게 되면 휴식공간, 문화공간이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되살아난다.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는 유럽의 도시들이 한결같이 보행환경을 중시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가용 이용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다. 설령 자가용을 가진 집이라도 승용차를 주로 이용하는 가장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보행 위주의 생활을 한다. 자동차 위주의 도로공간 운영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일이다. 선진국일수록 걸어다니는 보행교통의 중요성이 확립되어 있고,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이 적어지는 반면 후진국으로 갈수록 자동차가 대접을 받는다는 현실은 의미 심장한 것이다. 쾌적한 보행환경이 갖춰진 곳에서는 보행자들이나 어린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안도감 때문이다. 좋은 보행환경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문화를 일군다.

1988년 유럽의회가 제정한 ‘유럽 보행자 권리 헌장’에는 “보행자는 보행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넓은 보행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고, 도시 전체와 조화를 이루며 서로 안전하게 연결되어 있는 길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건축가들인 브라이네스와 딘이 쓴 ‘보행자 혁명’이라는 책에 실린 보행자 헌장은 “도시는 보행자를 해쳐서는 안 된다. 도로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며 자동차의 통행과 주차만을 위한 곳으로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교통을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을 바꾸어야 한다. 도시교통정책의 가장 중요한 분분으로 쾌적한 보행환경의 조성이 강조되어야 하며, 육교나 지하도가 아닌 평면보행의 원칙 수립과 보행권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 사람 위주의 교통운영에 대한 의지가 정립돼야 한다.

1994년 4월 20일 녹색교통운동과 장애인단체들이 공동주최한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교통권 확보를 위한 함께걸음 시민대행진’이라는 제목의 장애인의 날 행사는 장애인 교통의 현실을 체험 형식으로 고발하였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한 지체장애인은 “우리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서울에는 육교나 지하도는 있지만 횡단보도는 2km 이상을 가도 볼 수 없는 도로들이 있다. 육교와 지하도를 만들면서 있던 횡단보도 마저 없애 버린 것이다. 횡단보도의 지하도화, 육교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같은 생활권을 인위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이다. 지하도나 육교를 오르내리는 것은 건강한 성인에게도 지겨운 일인데 교통약자들에게는 어떠랴. 승용차를 타지 않는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사회참여를 근본에서부터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되고, 노약자들이나 짐을 든 사람, 유모차나 아이를 동반한 보행자들에게는 ‘험한 산’과 같은 장애물이 된다. 그리고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무단횡단을 조장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망사고 많은 곳’ ‘위험, 무단횡단 사고 많은 곳’ 등의 플래카드가 걸린 도로를 지날 때면, 부근에 횡단보도가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단횡단 사고는 횡단보도의 유무 또는 지하도․육교 등으로의 대체와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육교를 산을 오르듯 힘겹게 긴 시간 동안 고통을 감내하면서 건너는 것을 보면 이런 도시를 사람을 위한 도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차량의 소통을 위해, 또 보행자 안전을 위해 필연적으로 이런 도로구조를 갖출 수밖에 없다는 변명은 어불성설이다.

자동차와 사람이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분리도 중요하지만 분리는 합리적이고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비록 기각 판결을 받았지만 일본에서는 육교에 대해 ‘자동차 우선의 비인도적 시설’(1970년) ‘장애인이 건널 수 없는 통행권의 침해’(1975년)라는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육교의 불편 부당함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음을 상징하는 예라고 할수 있다. 더이상 자동차를 위해 사람이 내몰리는 도로구조가 유지돼서는 안된다. 사람을 자동차가 나가시는 데 걸리적거리는 ‘장애물’로 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보행체계의 미흡은 인구가 밀집하는 곳일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보도폭이 좁거나 보도의 연결성이 결여된 곳, 보차분리가 안 돼 있는 곳이 많고, 이면도로에서는 보도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드물다. 또 보도가 사유지화돼 보행장애가 일상적인 일이 되었고 무질서한 보도주차, 건물부속 주차장의 보도침범으로 인한 보행침해도 허다하다. 가로시설이 무계획적이고 보행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보행공간을 불편하고 불쾌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건축공사나 도로공사를 비롯한 각종 공사들로 겪게 되는 위험이나 불편도 보행자들이 감수해야만 한다.

- 국도나 지방도가 지나는 지방 도로변 마을의 주민들은 그 마을이 필요로 하지도 않는 통과교통을 위해 바로 집밖의 자동차 과속 질주를 감내하고 있다. 소음과 진동, 공기오염은 물론이고 보도와 횡단보도조차 없는 이유로 인한 사고위험은 심각하다.

- 노약자라면 처음부터 뛰어야 간신히 횡단이 가능할 정도로 인색하게 주어지는 신호시간은 보행자를 구박한다.

- 자동차 위주의 사고에 젖은 일부 운전자들은 횡단보도에서 조차 보행자를 보호하지 않고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 중간에 정차하거나 보행자더러 비키라고 억지를 부린다.

- 횡단보도가 충분치 않다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는 비횡단보도 횡단자는 무단횡단이라는 이름으로 죄인 취급을 받는다.

- 보행환경의 악화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사고를 구조화시켰고, 그 중에서도 가장 후진적인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를 선진국에 비해 최고 12배 이상으로 나타나게 했다.

보행권 침해를 구조화시키는 요인들로는 먼저 난폭운전자를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망사고, 음주운전 등 소위 중과실 10개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교통사고의 가해자는 종합보험에만 가입되어 있으면 공소권이 면제되어 벌금형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대표적인 예다.

과실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사고도 적지 않지만, 실정법체계가 공격형 운전자까지도 과보호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골목길에서 방어운전을 하지 않고 달리다가 사람을 치어 부상을 입혔어도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운전자를 과보호하는 것이다. 인명경시 풍조를 조장한다고 해도 지나친 것만은 아니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운영 철학을 세우고 각종 제도와 법률, 시설 등을 재정립한다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보행권의 신장이 갖는 의의는 단순히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이 교통사고의 위협에서 벗어나 쾌적한 생활공간을 확보하게 되면 생활은 휠씬 부드럽고 여유로워질 것이다. 소음이나 대기오염이 줄어들어 생활환경이 개선되면 사람들 사이에, 사람과 자동차 사이에도 따뜻한 분위기가 확산되어 갈 것이다. 이제는 ‘삶터’를 되찾기 위한 본격적인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인류문명의 소산인 자동차를 길들여 사람과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시민이다. 시민생활의 다양성을 위해 다양한 교통시설과 교통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도시의 주인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시민에 의해 선택되고 관리돼야 할 대상인 것이다. 본래 시민의 심복이어야 할 교통수단이 거꾸로 시민을 소외시키고 시민의 생활을 압박하는 거꾸로 선 상황은 바로 잡혀야 한다. 시민이 소외되지 않고, 환경을 개선하고, 풍부한 문화적 생활을 가능케 하는 교통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시대적 과제다.

 

3. 21세기 보행권 회복운동의 이념적 방향과 실천과제

 

우리의 보행권 회복운동이 단지 일회적인 캠페인이나 탁상의 당위성 주장이 아닌 것이 되려면 운동을 통해 현실 사회에 구현해야 할 목표와 이상이 뚜렷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사회발전에 유용한 합리적인 원리와 가치체계를 담은 지향성이라는 보편성의 인정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운동의 지향이 우리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이념적 방향과 연계되어서 조명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교통을 실현한 자동차의 발명과 이용이 교통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듯이 새로운 교통수단 혹은 교통방법의 고안이나 도로설계기준의 변화와 보행환경 개선방안 도출로 보행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국내교통기본법은 새로운 인권의 개념으로 교통권 개념을 도입하고 국내 교통정책의 목표가 국민의 교통권을 실현하는데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시민 교통권의 실현이 교통정책의 목표라는 설정은 수송대책이나 도로정책, 운수정책 따위의 개별적인 방안에서 다루어져 온 우리의 교통정책 파라다임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자동차의 발명과 이용으로 인류의 물리적 행동반경 제약을 상당정도 해방시키면서 구현된 20세기의 고도 이동성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시키까지 한 교통문제의 핵심에는 교통의 불평등문제가 자리잡고 있고, 고도의 이동성 구현의 반대급부로 새롭게 파생시킨 문제의 핵심에는 생명파괴와 지속불가능성의 문제가 있다.

보행권 혹은 교통권 실현을 21세기 교통문제에 대처하는 중심의제로 삼는다면 우리의 보행권 회복운동은 교통의 형평성 회복운동이 돼야 하고, 안전의 확보와 의식문화의 병폐를 개선하는 것이어야 하며, 지속가능하지 못한 자동차에 대한 의존 극복과 환경보전운동이어야 한다. 이는 정부나 전문가들에 의해 추진되는 프로젝트로서가 아니라 보행권 혹은 교통권이라는 새로운 인권을 실현하는 시민의 운동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고, 이를 전제로 한 정부, 기업 등과의 파트너쉽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시민 교통권의 실현에 입각한 교통정책의 추진은 교통계획만이 아니라 도시계획 및 운영관리, 안전 및 환경의 계획 관리, 교육문화정책 등의 통합성을 확보한 계획으로서 입안 추진돼야 한다.

 

ㅇ 교통의 형평성 회복에 입각한 발상의 전환과 복지교통의 실현

교통 혹은 교통참여자의 우선 순위에 대하여 그리고 보행교통의 중요성에 대하여 사회적 차원의 재인식이 필요하다.

교통 시스템 전반을 자동차 위주에서 사람 위주로 전환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도로공간에 대한 사고 방식을 ‘도로-차도=보도 혹은 없음’에서 ‘도로-보도=차도’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대중교통 이용자 다음에 개인 자동차의 순으로 교통참여자의 우선 순위가 바뀌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무임 승차자로서의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원인자 부담의 책임과 배타적인 수익자로서의 정당한 비용부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행환경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정당한 보행권의 침해 실태와 모두의 희생 위에 누리는 무임 승차자의 부당한 편익을 밝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신체적인 측면에서 제약을 받고 있는 교통약자의 기본권 침해사실을 밝히고,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이들에게 형평성 있는 교통권이 부여돼야 함을 요구해야 한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수단이 편리한 교통체계를 갖추어 나가야 하고,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존중하는 교통체계를 요구해야 한다.

 

ㅇ 교통의 안전성 회복과 교통문화 개선운동

교통운영에서 소통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말로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한없이 어려운 일을 실현해야 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교통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교통사고는 우리사회의 가장 큰 사회적 재앙이고, 아직도 의연히 남아 있는 후진성의 가장 큰 징표이다. 국가 차원의 강력한 문제의식과 대책 수립을 강제하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조직하면서 이를 우리 운동을 포함한 민간이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에서도 교통사고 추방은 자치단체장의 최대 과제이자 업적이 되도록 유도하여 보행권 운동이 앞장서서 전면적인 사회운동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교통과 문화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교통문화라는 말은 '사람과 화물의 의도적인 이동과 관련하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신념 및 행동양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설재훈, 1998.) 따라서 교통을 이루는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교통 이용자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shared value), 행동태도(behavior style), 도시 사회구조(structure), 교통관련 법․제도의 내용에 의해 규정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의 상호관계가 교통문화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교통문화가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현대인들의 생활과 교통의 연관이 더 한층 밀접해지고 있는 점에서 주어진다. 고도의 이동성을 전제로 구축된 현대의 도시와 사회체제는 개인의 생활에서 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왔다. 단지 일상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인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리를 이동하고 있으며 그러기 위한 시간과 경제적 지출도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통에 참여는 시간이 증가한다는 것은 교통이 생활화되었음을 시사하고 교통문화가 더 이상 특정한 사람들의 특정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문화임을 증명한다.

단지 시간이 증가한다는 점 외에도 거의 누구나 매일 참여하는 문화라는 보편성이 가져오는 의미도 크다. 만약 병든 교통문화를 가진 사회가 있다면 그 사회구성원은 현대 도시생활의 요구에 의해 매일같이 사당한 시간을 병든 문화에 스스로 참여하는 셈이 되는데, 이러한 사회가 바르고 건강한 문화를 창달하는 것은 그야말로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이러한 점은 교통문화라고 하면 전체 사회문화와는 구별되는 극히 부분적인 영역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을 재고하도록 한다. 교통문화가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생활문화가 되었다면, 이제 교통문화는 전체 사회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병든 교통문화는 그 폐혜를 전 사회에 미쳐 결국 사회문화에 병을 옮기고, 건강한 교통문화는 여기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을 통해 그 밝음과 미덕을 다른 영역의 사회문화에까지 파급하는 것이다. 교통문화는 이제 한 사회의 전체 사회문화의 명암과 건강성을 좌우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건설과 공급 및 소통 위주의 20세기 교통정책은 안전, 형평, 문화, 환경 및 이용자 중심의 편리성 등과 같은 요소를 간과했고, 이는 바로 새로운 인권 혹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교통권 인식의 결여로부터 결과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앞으로 구현해 나가야 할 교통문화의 방향은 앞서 지적한 세계 최악 수준의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한 교통문화, 약자를 배려하고 예의와 인격이 있는 교통문화, 교통법규가 공정한 룰로서 확인되고 준수되는 준법의 교통문화, 환경을 고려하는 교통문화, 사회적 형평성이 구현되는 교통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현은 이러한 방향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전략에서 방향을 찾아야 한다.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특성을 가진 교통문화의 개선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유일한 방안이고, 자발적 동기의 부여는 평등한 권리와 의무의 자각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평등하게 이동하는 것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려면 교통이 안전, 쾌적, 편리, 저렴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해야 한다. 눈앞의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비가 아니더라도 노인, 어린이, 임산부, 신체장애인 등의 교통약자가 고르게 교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교통안전의 확보가 전제다. 그리고 현재의 병든 교통문화가 아니라 약자를 배려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교통문화를 만드는 운동이 필요하다.

 

ㅇ 교통의 환경파괴 저감과 도시환경 가꾸기

바람직한 생활환경이 만들어지려면 안전과 위생(건강함), 편리성과 효율성, 그리고 쾌적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런 여러 요소들은 환경의 질을 구성하며, 도시계획은 환경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런 환경의 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메니티의 구성 요소는 자연환경의 보호와 창조, 역사문화적 환경의 보전, 도시에 어울리는 경관의 보전, 야외 레크레이션 시설 등의 정비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어메니티의 충실을 위해서는 푸르름과 역사적 유산, 휴식공간, 주변의 건축물, 자연자원(하천, 산림 등), 가로 환경 등 전반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도시 경관은 단순히 도시를 구성하는 자연과 인공의 물리적 시설로서의 풍경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시민의 생활, 지역의 역사적 분위기, 지역의 향기 등 시각 이외의 영역을 포괄하는 것이다.

도시에서 어메니티가 강조되는 것은 도시의 구성 요소인 개방공간과 가로, 경관 등이 조화를 이루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도시의 도시다움, 도시의 매력을 조성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의 경관 특성들은 사람들의 생활,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방법, 그들의 가치체계, 미에 대한 이미지, 그들에게 중요한 것 등에 대해 영향을 미친다. 도시는 정신이 낳은 산물이면서 동시에 시민의식과 정신을 형성하는 조건인 것이다.

인간의 가치관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회사 사회에서 자기 커뮤니티 사회로 그 중심점이 변화되고 있고, 개인을 중시하는 것이 자기 주변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지역이나 사회의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변화되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이같은 경향이 더욱 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도시인에게 어메니티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시민이다. 특히 도시 어메니티의 형성에 있어서 시민의 역할은 대단히 크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하향식(Top-down)의 수직 통제형 행정관행과 실질적인 자치의 미발달, 삶의 질 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논리의 팽배, 무분별한 도시개발 등의 여러 요소가 인해 도시의 어메니티는 악화일로를 걸어 왔고 도시의 주인인 시민은 정책 결정 과정 전반에서 철저히 배제돼 왔다.

아름다운 가로 경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의 통일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아름다운 가로 경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과 시민, 기업인 및 건물 소유자 등 여러 사회주체의 노력과 전문가의 적절한 지원체계가 맞물려야 잘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리오 환경회의에서 합의된 바 있는 ‘환경문제는 모든 관련 시민의 적절한 참여 속에서 잘 다루어질 수 있다’는 원칙, 비정부기구를 비롯한 시민조직, 주민조직의 ‘가장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함을 강조한 Agenda 21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가로 어메니티의 형성에 있어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가 특정 지역의 주거환경이나 가로환경을 개선함에 있어서 공공부문의 노력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가 그 지역의 특수상황이 가로놓여 있고 주민들의 인식 형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거환경의 합리적인 개선은 주민의 협조와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주민은 그 지역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토대로 미래상을 그릴 수 있는 것도 주민이다. 또한 주민들의 참여 속에 이루어진 환경개선과정은 ‘주민들의 문제인식-창의적인 고민-대안의 마련과 추진-동력의 형성-실행과 평가 및 보완-유지 관리’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주민의 환경에 대한 애정이 커지고 향후에도 이것을 지켜 갈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또한 그 지역의 특성에 기초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 도시의 주인은 인간이어야 하고,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은 도시계획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아니고 주민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도시의 시민 - 특히 주민의 경우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여러 가지 이유로 정주의식이 약하다. 폭발적인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 지역의 공동체적 속성이 많이 훼손된데다가 ‘우리 동네’ ‘우리 마을’에 대한 소속감도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지역과 도시에 대한 애정이 작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주민 속에서 변화의 동력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주민들 자신의 한계라기보다는 기존의 행정-시민간의 관계가 일방적이고 하향식으로 유지돼 온 것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정과 시민운동, 민간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전개한다면 의외로 시민들의 잠재적인 에너지를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ㅇ 기타

■ 건축선 후퇴부를 사람에게 되돌리기 운동

■ 보행자 전용공간의 확대와 주거지역에서 적극적인 교통진정조치의 시행

■ 도시계획 및 교통계획 과정에서 시민참여의 확대

■ 시민운동을 통한 ‘환경시설대’, ‘보행자우선도로(교통진정도로)’개념의 법제화

■ 도시경관(혹은 도시 어메니티) 조례의 제정

■ 다양한 형태의 지역내 생활환경 개선운동

·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 쾌적한 우리동네 만들기․차창경관(가로경관) 만들기

■ 교통정책 전반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을 개방한다. 특히 장애인과 여성, 노약자, 학생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과 시정부가 함께 문제를 풀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

· 각 지역 내부의 실태조사 · 설문조사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론 형성활동

· 지역내 여론주도층이 참여하는 장애인 교통 체험 프로그램 등 시민대회

· 보도축소, 횡단보도 폐쇄 등의 교통행정 감시

· 횡단보도 설치운동

· 보도통행, 보도 불법주차 등 교통운영 모니터 및 감시 고발운동

· 소음과 먼지 없는 도시 만들기

· 대중교통에 대한 획기적인 우대 요구

· 의제 21 작성을 통해 교통정책 방향의 전환 천명

· 다양한 형태의 소송운동

· 차고지 증명제의 시행과 무상주차 혜택 폐지 운동

· 생활구역, 주거지역 속도제한 법제화

· 교통사고 처리특례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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