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희망장학금[후기] '대화의 장'이 된 대학생 간담회

'대화의 장'이 된 대학생 간담회


'간담회'라고 하면 뭔가 딱딱하기도 하고 불편한 느낌이 먼저 들기 마련인것 같습니다. 

매년, 매학기 진행되는 대학생 간담회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요. 

어떻게 하면 딱딱한 분위기를 바꿔보고, 

늘 하는 이야기 말고 자신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까 활동가들은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대학생 간담회라고 하지만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로 얼굴 보고 인사만 하는 정도의 관계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게 부담으로 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그 고민을 안고 시작한 대학생 간담회가 어떻게 '대화의 장'이 되어버렸던 것일까요? ^^


얼굴이 깨질듯 한 한파가 몰아친 1월 12일, 안국역에서 함께 만났습니다. 

이 곳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 

대부분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역에서 올라오는 친구들이 많아 일단 점심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식사 자리에는 대학생 장학금 후원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이종학 과장님, 홍원선 과장님 두 분이 함께 해주셨어요. 

오랜만에 장학생 친구들 얼굴도 보고, 안부도 묻고 하기 위해서지요. 

이 추운 날 모두 덜덜 떨었던 탓에 뜨끈한 밥을 한끼 나누며 몸과 마음을 녹였어요. 



식사를 마치고 장학생 친구들과 특별한 프로그램을 갖기 위해 자리를 나섰어요. 

북촌에 있는 '어둠속의 대화'라고 하는 전시였어요. 

전시라고 하면 그냥 천천히 걸으며 눈으로 보는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어둠속의 대화는 시각을 완전히 차단한 채 오감 중 네가지 감각으로 즐기는 것이었어요. 

눈을 뜨고 아무리 뭔가를 보려고 노력한다 해도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는 작은 빛줄기 하나 볼 수 없었지요. 

그렇게 시각을 차단한 채로 우리 사는 세상을 경험해보는 것이예요.



처음에는 다들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어떤 느낌일지 짐작하기 어려우니까요^^ 

건물 로비에서부터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해 엘리베이터, 대기공간까지 

점점 어둠에 익숙해지도록 조명이 줄어들어요. 

그리고 대기공간을 지나 직접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완전히 빛이 차단됩니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저희를 인도해주시는 가이드선생님 한 분께서 함께해주시는데요, 

다들 보이지 않아 우왕좌왕 하거나 다른길로 간다거나 하면 

손을 잡아 이끌어주기도 하시고, 전시 내용도 설명해 주세요. 

전시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고, 늘 우리가 접하는 일상공간이었어요. 

호수 혹은 강(물소리와 바람만 느껴져 뭔지 아무도 몰라요^^), 

시장, 시골집, 카페, 길, 배도 타는 등(실제는 아니겠지요? ^^) 

우리 일상공간을 시각을 차단한 채 경험해보는거였어요. 

특히 시장에서 촉각만으로 무엇을 파는지 맞추는 것은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렇게 보지 않고 정보를 얻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인식에 감각이 85%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러니 15%의 감각으로 뭔가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지요. 

그런데 중요한건 그렇게 사라진 85%의 감각을 다른 감각들이 채워가기때문에 

조금만 더 신경을 기울이면 다 알 수 있다고 해요. 




사실 이 낯선 프로그램을 대학생 친구들이 즐거운 경험으로 생각할까 확신이 있지는 않았아요. 

그래도 내 생각과 주변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경험이 유익할거란 생각이 들어 진행했어요.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는지, 전시 체험을 마치고 나온 친구들이 얼굴이 환한 것을 볼 수 있어요. 

왜 환해졌을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시각을 차단해 놓고 보면 

실제 잘 알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렇기에 그동안 우리 생각과 판단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을만큼의 새로운 마음이 생겼기 때문일까요. 

어떤 것이든 친구들 마음에 좋은 기운이 깃든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어둠속의 대화 전시관람을 마치고 함께 찻집으로 가 마지막 일정을 진행했어요. 

친구들에게 올 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물건을 하나씩 가져오라고 했어요. 

그저 나이가 몇인지, 어디사는지, 어느학교에 다니는지와 같이 자신과 관련된 것 말고 

자신 자체를 잘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예요. 

가저온 물건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자신에게 큰 의미가 되었던 물건도 있었고 

자신 자체를 대입시켜 셜명할 수 있는 물건도 있었어요. 


한 친구는 자신을 '호두'에 비유했어요. 

겉으로는 딱딱하고 경계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은 한없이 약하고 여린 사람이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그 틀을 깨고 싶다고 했어요. 

또 한 친구는 인형을 갖고 와 그 안에 있는 솜에 자신을 비유했어요. 

동그랗게 뭉쳐진 모양도 자신의 외모와 닮은 것 같고, 

솜이 쉽게 물에 젖어들듯이 감성적인 자신이 감성에 푹 젖어드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했지요. 

이렇게 자신에 대한 소개를 돌아가면서 해 보니 서로 많이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둠속의 대화에서 서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겪고 

자신을 물건에 비유해 소개해보니 이전보다 더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자기 소개를 마치고는 질문을 뽑아 자신의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어요. 

'내게 초등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것을 갖겠는가?'란 질문을 뽑은 친구는 바로 순간이동이라고 대답했어요. 

날씨가 너무 추워 한번에 뿅!! 하고 집으로 가고 싶다 했어요^^;; 

'최근 가징 기억에 남는 선물은?' 이란 질문을 뽑은 친구는 

두번의 립스틱 선물을 받은게 기억에 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선물을 해 준 사람이 남자라는 말에 

모두 도대체 어떤 관계냐며 잠시 청문회장으로 잠시 돌변했지요^^ 


이렇게 서로 질문을 뽑고 서로 이야기 하다보니 오히려 계획했던 시간이 짧게 느껴졌어요.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는 친구들의 차 시간 때문에 더 길게 이야기 할 수 없었지요. 

자연스레 다음을 기약해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사실 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 장학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아니라

친구들의 대학생활, 관심, 고민, 그리고 꾸는 꿈이 무엇인지 같은 것들이죠.

그동안의 간담회가 장학생 친구들의 주변상황을 공유했던 시간이었다면,

이번 간담회는 이 장학생 친구들 자신, 그들의 관심, 그들의 인생에 대한 생각들이었던 것 같아요.

진지한 고민을 나누거나 이야기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생각들이 자신의 말에서, 또 자신이 꾸는 꿈에서 반영되어 나타나기 마련이지요.

그렇게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것이라면 그것으로 간담회는 충분히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면 그 자리가 그만큼 즐거웠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다음번에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그때에 새로운 친구, 이번에 만났던 친구 모두와 동일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졸업을 앞둔 친구들과의 만남은 아쉽지만

새로 만나게 될 친구들과의 시간을 기대하며 2017년 대학생 장학금 지원사업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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